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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백신 공여했다는데 어디로…” 베트남 교민들 백신 못 맞아 발 동동

“정부가 백신 공여했다는데 어디로…” 베트남 교민들 백신 못 맞아 발 동동

기사승인 2021. 11. 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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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베트남 시내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에 “백신 접종을 원하는 한국인은 접종 명단(작성)을 위해 대사관에 연락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어제 아침부터 3시간을 기다렸지만 백신이 없으니 한국인은 한국 대사관에 연락하라며 백신도 맞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더 일찍 나왔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백신을 못 맞았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중인 교민 A씨는 11일 아시아투데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는데 접종기간이 지나도록 백신을 못 맞고 있다”며 “정부가 베트남에 백신을 공여했다는데 교민들은 백신 구경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교민 B씨는 하노이 시내 백신 접종 병원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B씨는 “1차 접종 이후 8주가 지나 2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베트남에선 안내도 없고, 접종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병원에선 대사관에 문의하라며 돌려보낸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수십명이 넘는 교민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접종도 못하고 돌아갔다. 사람들 많이 몰려 감염되는 것 아닌가 불안해하면서도 힘들게 기다렸건만 못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교민 C씨는 현재 스스로 자가격리 중이다. C씨는 지난 8일 거주하는 아파트와 교민 단톡방 등을 통해 현지 보건 당국이 한 초등학교에서 백신 접종을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해당 장소를 찾았다. 약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현지 주민만 먼저 접종한다며 거절 당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해당 지역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으니 자가격리하고 검역신고를 하라는 소식을 접했다. C씨는 “대사관과 한인회에선 소식도 없어 교민들이 다들 접종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찾아 맞는 상황이다. 백신도 못 맞고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해당 병원과 지역 보건소 측은 아시아투데이에 “백신 양은 정해져있는데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많이 몰렸다.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겨 접종 대상자 명단 작성을 위해 대사관에 연락하라고 안내하고 돌려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역 보건소는 “우선은 현지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접종 명단이 나온다. 차별이 아니라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찾아오면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유난히 한국인들만 많이 몰리는 것 같다. 중국이나 일본은 자국 정부가 따로 접종을 해줬다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2일과 지난 4일 두 차례에 거쳐 베트남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총 139만회분을 지원했다. 당시 외교부는 “교민이 다수 거주하는 국가인지, 교민과 현지인 사이 차별없이 접종이 가능한 곳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백신 공여 이후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수요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11일 현재까지 교민들을 위한 백신 접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근무하는 회사나 기관 등을 통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교민들 중 일부는 자비를 들여 백신을 찾아 맞았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11일 “조사 결과를 베트남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우리 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 관련 협의를 완료했다. 다만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행정 절차 때문에 예상보다 지연됐다”고 언급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곧 하노이 시내 2개 병원을 지정해 교민 대상 백신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교민 접종을 위한 백신이 하노이시에 할당돼 도착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사관은 우선 12일 삼성전자와 한국기업이 진출한 박닌성(省)에서 교민을 위한 접종을 우선 실시할 계획이다.

11일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에서는 59개 성·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7918명과 사망자 79명이 나왔다.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하노이시에서는 전날 8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한국인 확진자도 나오며 교민사회의 우려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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