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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떨어진 수상한 열기구…알고보니 미얀마 ‘새해풍습’

베트남에 떨어진 수상한 열기구…알고보니 미얀마 ‘새해풍습’

기사승인 2022. 01. 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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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
지난 2일 베트남 푸토성에서 발견된 괴물체(사진 위)의 모습. 동타인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괴물체는 미얀마 카인주의 주민들이 새해를 맞이해 날린 열기구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아래)./사진=SNS캡쳐 갈무리
새해가 밝았다는 설렘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일 밤, 베트남 북부 푸토성(省) 동타인 마을 주민들은 들판에 나갔다 깜짝 놀랐다. 들판에는 거대한 크기의 정체 모를 괴상한 물체가 떨어져 있었다.

길이 15m에 달하는 괴물체의 겉면에는 흑백 인물사진이 잔뜩 붙어 있었고 안에서는 외국 돈과 수많은 천이 나왔다. 정초부터 깜짝 놀란 주민들은 당국에 신고를 했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사진과 괴담이 확산했다.

5일 베트남 뚜오이쩨는 최근 푸토성을 발칵 뒤집어 놓은 괴물체의 정체는 미얀마에서 날아온 열기구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동타인 인민위원회는 즉시 공안 당국과 함께 현장을 수색했다. 현장에서는 길이 약 15m, 폭 5m의 거대한 비닐봉지와 1m 너비의 대나무·철사 와이어로 만들어진 바구니 등이 발견됐다.

열기구 안에서는 손편지도 함께 발견됐으나 구글 번역기의 이미지 번역으로도 번역이 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베트남 당국은 “괴물체는 일종의 열기구로 추정되며,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삐라 등 선전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열기구의 겉면에는 중국 드라마 ‘포청천’에서 포청천의 호위무사로 나오는 전조(하가경 분)의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 열기구 안에서는 미얀마의 화폐인 1만짯 지폐와 수많은 천가지들이 나왔다. 새해부터 발견된 괴물체에 “불길하다. 액운이 옮겨 붙을지도 모른다”거나 “전조의 사진과 돈이 붙어 있으니 길한 것” “날이 무척 추우니 누군가가 옷을 입으라고 보내줬나보다”와 같은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오갔다.

뚜오이쩨는 미얀마 기자의 도움을 받아 해당 열기구가 미얀마 카인주(州)에서 카렌족이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날린 열기구였다고 확인했다. 열기구에서 함께 발견된 편지에는 카인주 주민 12명의 이름과 함께 “이 열기구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궁금하다. 발견하게 된다면 연락을 달라”며 전화번호가 함께 남겨져 있었다. 뚜오이쩨는 12명 중 11명이 카렌족 이름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열기구가 미얀마 카인주에서 베트남 푸토성까지 최단거리로 날아왔다고 가정해도 1000㎞가 넘는다. 태국·라오스와 베트남 영공을 모두 거치면서도 세 국가의 방공 시스템에 잡히지 않은 것은 레이더 시스템이 금속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비행 물체 감지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뚜오이쩨에 편지를 해석한 미얀마 기자는 “미얀마 SNS에도 베트남에 열기구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널리 퍼졌다. 열기구를 날린 사람들도 베트남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카렌족이 카렌족의 새해(1월 2일)를 맞이해 날린 열기구가 무려 1000㎞를 날아 베트남에 떨어졌다는 사실에 동타인 마을 주민들도 “미얀마 친구들이 새해를 크게 챙기느라 우리 밤잠을 못 챙겼다. 그래도 자초지종을 알았으니 다행이다”라며 즐거워했다.

미얀마 양곤대학 강사 A씨는 5일 아시아투데이에 “카렌족은 새해와 타자웅다잉 축제기간 직접 만든 열기구를 띄워보내는 풍습이 있다”며 “새해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띄운다. 열기구를 찾는 사람도 새해엔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이라 믿기 때문에 돈과 옷 등을 넣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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