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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1년…학교 떠나 총 잡은 교사와 학생들

미얀마 쿠데타 1년…학교 떠나 총 잡은 교사와 학생들

기사승인 2022. 02. 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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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anmar <YONHAP NO-2203> (AP)
2022년 2월 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열린 반(反) 군부 시위의 모습./제공=AP·연합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현재, 미얀마의 한 대학교 강사였던 A씨는 책과 분필 대신 핸드폰과 노트북을 잡았다. 미얀마를 태국이나 한국·일본처럼 발전시켜 나갈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이 꿈이었던 A씨였지만 군부 쿠데타 이후 그는 몇몇 동료와 함께 학교를 떠났다. 현재는 수시로 거처를 옮겨가며 핸드폰과 노트북을 이용해 군부에 대한 비판과 반(反)군부 활동을 독려해 오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고 있다.

A씨는 1일 아시아투데이에 “나의 총은 핸드폰과 노트북, 총알은 태국 유심과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고 말했다. A씨는 “해외에 있는 미얀마 동포들이나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는 외국인들이 보내준 성금 중 일부는 태국 유심과 유료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으로 쓰인다”며 “반군부 활동을 조직하고 탓마도(미얀마군·군부)의 만행을 알리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A씨와 동료들은 조용하지만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이례적으로 미국 CNN 방송의 취재를 한차례 허용했던 것 외에는 외신들은 물론 자국 기자와 언론도 탄압하고 통제하고 있다. A씨는 이 점을 지적하며 “군부가 국영 언론을 통해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각종 선전과 거짓 뉴스들을 끝없이 이어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조목조목 반박해 미얀마 내 국민들과 해외에 알린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군부 규탄 움직임을 미얀마어로 번역해 국민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A씨는 “국제사회가 군부를 규탄하는 것도 미얀마 안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것이 미얀마의 현실”이라 강조했다.

A씨의 동료나 학생들 중 일부는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있는 지역으로 떠나 총을 잡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경 한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합류한 대학생 B씨는 3~4주간의 훈련을 거쳐 총을 잡았다.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B씨는 본지에 “2~3개월 안에 쿠데타 사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눈 앞에서 유혈사태를 목격하고 친구들과 총을 잡기로 결심했다”며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셨지만 부모세대와 똑같이 가만히 있는다면 이 역사가 반복되지 않겠나.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입대했다”고 말했다.

B씨는 “군부는 지상에서는 애를 먹고 있다. 공군과 비행기만 없다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연합해 군부를 몰아낼 수 있을텐데…국제사회가 움직이진 않고 입으로만 군부를 비판하니 최전선에선 너무나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지상에서 애를 먹고 있는 군부는 최근 들어 공군을 동원한 공습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동료들은 “군부가 소수민족 무장단체로 첩자를 투입하려 한다는 첩보도 있어 전보다 더욱 깐깐하게 사람들을 받는다”고도 했다.

쿠데타 이후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세력이 주축이 돼 결성된 국민통합정부(NUG)는 인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 민주진영은 소수 민족 무장세력인 카렌민족연합(KNU)·카친독립군(KIA) 등과 연대하며 군부에 맞서고 있지만 무력 충돌로 점차 내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군 진압을 이유로 노인·여성·아이들과 구호단체 직원들까지 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 1년 미얀마에서 길고도 지난한 반(反) 군부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폭력을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1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유럽연합(EU)·노르웨이·스위스·알바니아 등 10개국은 쿠데타 1년을 맞아 공동 성명을 냈다. 참여국들은 공동성명에서 “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당사자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개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얀마 군부에 △국가 비상사태 종료 △제약 없는 인도적 접근 허용 △제약 없는 외국인 포함 ‘자의적’ 구금자 석방 △민주적 절차로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치적 구금자들에 대한 징역 선고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도 3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 핵심 인사 7명과 2개 단체를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의지를 억압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사법처리를 주도한 친군부 인사들이 포함됐고 군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회사와 소유주들이 포함됐다.

쿠데타가 장기화 되며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던 의료진과 교사들에 대한 탄압으로 의료와 교육 서비스 등 공공부문도 무너졌다. 유혈사태와 교전 등으로 수만 명의 민간인이 고향을 떠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군부와 민주진영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개입도 없어 쿠테타 해결과 민주주의로의 복귀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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