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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국의 한국어 교육 산실, 송클라대학을 가다

[르포] 태국의 한국어 교육 산실, 송클라대학을 가다

기사승인 2022. 05. 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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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송클라왕립대학교 빠따니캠퍼스(인문계 캠퍼스)에 위치한 한국문화센터 내부 모습. /사진=빠따니 정리나 특파원
태국 남부, 말레이시아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빠따니는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한 도시다. 1965년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수주한 해외 건설 공사가 바로 빠따니와 나라티왓을 잇는 총연장 98㎞ 고속도로 건설 공사였다. 이명박 전(前) 대통령이 현대건설 근무 시절 현장에서 폭도들에게서 목숨을 걸고 금고를 지켰던 곳도 이곳이다.

1966년 현대건설이 빠따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에 착공한지 20년이 지난 1986년 송클라왕립대학교 빠따니캠퍼스에선 태국 최초의 한국어 교육이 시작됐다. 흔히 태국에 ‘한류’가 상륙한 것을 2000년으로 보는데 한류보다 약 15년을 앞선 것이다.

‘불교의 나라’로 알려진 태국이지만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부 지역의 주민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이들은 태국어와 말레이어를 사용하고 종교교육을 받은 이들은 아랍어까지 구사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어를 사용하는 화교까지 있으니 ‘외국어’에 열려 있는데다 외국어교육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남부지역의 교육을 담당하는 거점 왕립대학인 송클라왕립대가 1984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학문교류협정을 체결하고 태국에서 최초로 한국어과를 설립한 것에는 이런 특성이 작용했다. 태국 최초의 한국어과인 송클라왕립대 한국어과는 태국 내 한국학·한국어 세미나를 진행해왔다. 2018년 태국 대학입시 외국어 과목에 한국어가 추가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동시에 태국에서도 최초로 한국어교사 양성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87년 송클라왕립대에서 유학 중이던 정환승 한국외대 태국어통번역학과 교수가 태국어로 된 첫번째 한국어 교재를 출판하며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이제는 송클라대 출신 한국어 전공자들이 한국어 교재를 집필하고 한국어를 가르친다. 태국 12개 대학 13개 캠퍼스의 한국어학과에는 송클라대 한국어과 졸업생들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태국의 175개 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어 교육에도 이들이 앞장서고 있다. 태국의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한 한국어 분야의 정교수인 빠릿 인센 교수도 송클라대 한국어과 출신이다. 송클라대학은 한국어·한국학 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로 한국인 최초로 정환승 교수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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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클라대학교 한국문화센터 내부의 모습./사진=빠따니 정리나 특파원
한국어교육의 산실이자 선봉에 서 온 송클라대학이지만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학과 사무실에 들어선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무려 20년 전의 한국관광공사 홍보 포스터였다. 싸마와디 한국어 학과장은 “남부지역은 특히 다른 지역보다 소득 수준이 낮아 학생들 가정 형편도 좋지 않은데, 한국 정부나 기업으로부터의 지원도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초의 한국어 교육을 가능케 했던 지역적 특성이 지금은 오히려 이곳을 ‘위험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버린 탓에 한국인 파견 교원·교환학생도 없다. 한국어과 교수들은 “국립국제교육원·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의 단기연수 지원이 있긴 하지만 장학사업은 거의 없다. 학생들이 한국어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장학금과 언어실습 기회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차이 우돔판 인문사회대 학장은 “4학년 학생들이 마지막 학기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 나가거나, 태국 내 한국 기업·기관 등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차이 학장은 “학생들이 한국에 자비로 나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학·교환학생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겐 정말 큰 기회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인이 사실상 없는 빠따니에서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한국인’이란 김규식 교수 등 2명의 한국인 교수뿐이다. 수도인 방콕이나 한국 회사가 있는 공단지역 대학에 관심과 지원이 쏠린 사이 한국어 교육이 태동했던 빠따니캠퍼스는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김규식 교수는 “이 곳 학생들은 어떻게든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오고, 그러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태국에 와서 현장에서 함께 교류하고 뭔가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 잘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라며 “쌍방향 교류가 절실하다. 한국 정부나 기관·기업들이 이런 부분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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