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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10만원이면 코로나 음성확인서가 뚝딱…못 믿을 ‘입국 전 검사’

베트남에선 10만원이면 코로나 음성확인서가 뚝딱…못 믿을 ‘입국 전 검사’

기사승인 2022. 08. 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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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A씨가 베트남 브로커를 통해 비행기 탑승 직전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와 음성확인서를 발급받은 현지 병원의 모습. A씨는 "(이 병원에서) 코를 대충 찌르고 10분도 안돼 음성확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사진=독자제공
최근 여름 휴가로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A씨는 귀국길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국의 현행 입국 규정에 따라 출국일 0시를 기준으로 24시간 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 서류를 준비했지만 비엣젯항공 카운터에서는 "(서류 효력기간은) 출국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이라며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직원과 실랑이하던 A씨가 대사관 등에 연락하려 잠깐 카운터 옆으로 빠지자 베트남인 브로커가 바로 접근했다. 그는 A씨에게 "200만동(약 11만원)만 주면 지금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서를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탑승시간까지 시간이 넉넉하니 200만동선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30분만에도 가능하지만 그러면 비용은 두 배"라고 했다. A씨는 울며겨자먹기로 브로커의 제안을 수락했다. 브로커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A씨를 안내했고 한시간도 안돼 음성확인서를 받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는 아시아투데이에 "한국에선 신속검사도 20~3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응급실 한켠에서 코를 쑤시고 10분도 안돼 음성확인서를 받았다"며 "공항에서부터 병원까지 모두 한 팀처럼 움직였다. 이제와서보니 공항 직원까지 다 한통속이 아닌가 싶어 분통이 터지지만 티켓을 날리는 것보단 10만원을 더 낼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나마 공항에 일찍 도착한 A씨는 비교적 '적은 값'에 해결한 경우다. 시간이 촉박했던 B씨는 브로커에게 350만동(약 20만원)을 지불했다. 영문 이름과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을 전달한 후 30여분만에 브로커의 다른 일행이 음성확인서를 가져왔다. B씨는 "한국 규정상 유효한 음성확인서를 가지고 있었으니 문제 삼은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예 다른 음성확인서를 가져왔다"며 "코를 쑤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음성 확인서를 받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온갖 핑계로 기존의 음성확인서를 인정하지 않던 카운터 직원이 30분만에 다시 가져온 검사서를 보곤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탑승시켜줬다"고 했다. A씨와 B씨 모두 "브로커가 한국사람들이 많이 이용했고 문제 없었다는 말을 광고처럼 한다"고 전했다.

피해를 본 한국인 관광객들이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받아든 음성확인서가 발급된 병원을 직접 찾았다. 기자가 직접 출국용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데 드는 비용은 10만5000동(6000원)에 불과했고 5분만에 "음성"이란 안내와 함께 곧이어 음성확인서를 수령했다. 병원에서 사용한 진단키트는 제조사에서 최소 15분 후 결과 판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A씨 등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음성확인서 발급에 대해 "그런 일은 모른다. 24시간 하는 병원이라 지금처럼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오면 검사해주는 것 뿐"이라 말했다.

◇ 검사 전인데 이미 '음성'인 확인서…"돈내면 음성으로 바꿔주겠다"

이달 중순 하노이를 찾은 C씨는 귀국을 앞두고 호텔이나 머무는 곳까지 직접 찾아와 코로나19 검사를 해주는 '출장 코로나19 검사 서비스'를 이용했다. 호텔로 찾아온 직원은 아예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적힌 결과지를 들고 왔다. 직원은 C씨의 코를 찌르고 바로 결과지를 전달했다. C씨는 "기다렸다 검사결과를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직원은 괜찮다고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재차 묻자 그제서야 양성이 나오면 따로 연락을 한다고 했지만 당장 공항으로 나가는 사람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애매했다. 결국 연락은 없었다"고 했다. C씨가 출장서비스로 지불한 금액은 40만동, 한국 돈으로 2만2000여원 남짓한 금액으로 '문제없는' 음성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C씨는 귀국 후 한국에서 받은 PCR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휴가로 호찌민시를 방문한 D씨는 귀국 전 코로나19 신속검사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결과지를 수령한 D씨에게 접근한 베트남인은 "비용을 조금 지불하면 음성 확인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400만동(약 23만원)을 요구했다. "다시 음성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이나 호텔비용을 생각하면 싼 가격"이라며 설득하던 브로커는 300만동(약 17만원)까지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D씨는 "격리비용이 지원되는 여행자보험도 있었고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 거절하고 일정을 변경했다"면서 "양성이 나왔단 건 병원 직원밖에 모르는데 대체 어떻게 알고 접근한 것인지 모르겠다. 병원 직원이 흘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문제 없는' 검사도 의구심 가득…입국전 검사 실효성 의문

지난달 친구와 함께 냐짱을 찾은 E씨는 '정상적'으로 입국 전 검사를 받았다. 냐짱 시내의 유명한 검사기관을 찾아 신속검사를 받았고, 검사 후 40분이 지나 결과지를 수령했다. E씨는 "한국에서 하는 코로나19 검사는 눈이나 뇌까지 찌른다 싶을 정도로 깊었는데 냐짱에선 코 중간까지도 안 들어간 것 같다. 살짝 넣고 돌리는 시늉만 하다 빼곤 검사가 끝났다고 했다"며 "어떻게든 음성이 나오게 해주려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초 하노이를 찾은 관광객 H씨도 "검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코를 쑤시지도 않고 입 안을 몇 번 슥슥 긁는 것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끝났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확진판정을 받은 H씨는 "한화로 1만5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는데 대체 왜 받나 싶었다"며 "음성인줄 알고 비행기를 탔는데 도착하고 바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행기 안에서 나도 모르게 코로나를 옮긴 것 아닌가 싶어 죄책감까지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자들 사이엔 알음알음으로 검사를 대충하는 병원 정보가 공유된다. 양성이 나왔단 한국여행자에게 '팁'이라면서 검사를 대충하는 병원으로 가서 다시 받아보라고 대놓고 알려준다"며 "어제도 베트남 여행 (인터넷)카페에 출국 하루 전 코로나 확진을 받았단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여권검사가 허술하니 다른사람에게 부탁해서 (음성확인서를 대리로) 받으란 댓글이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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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질병관리청이 출국자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부적절한 음성 확인서 발급 사례에 대한 안내 문자./사진=독자제공
◇ 실효성 의문에도 정부는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유지" 입장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정부는 입국 전 검사를 유지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24일 "국내외 확진자가 증가 추세임을 감안해 현시점에서는 입국 전 검사를 유지해 해외유입 감염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최근 출국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귀국 시 검사없이 혹은 대리로 음성확인서를 발급받는 등 거짓 서류를 제출할 경우 관련법에 의거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린다"는 내용을 안내하기도 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입국 전 검사를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이마저도 일본은 24일 "다음달 7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세 차례 이상 접종한 사람은 입국시 PCR 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 2년 넘게 빗장을 걸었던 일본도 이처럼 완화된 방침을 내놓으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입국자에게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만 남게 된 셈이다. 여행·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은 물론 태국 등 인근 국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실효성도, 신뢰성도 없는 입국 전 검사로 오히려 부당한 이득을 챙기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정책 재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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