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푸르밀 현금 자산 5년간 최고 수준…도마 위 오른 ‘오너 방만경영’

푸르밀 현금 자산 5년간 최고 수준…도마 위 오른 ‘오너 방만경영’

기사승인 2022. 10. 24. 08:1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오너일가 취임 이후 적자 지속
사측, 정리 수순 없이 '사업 종료'
늘어난 현금자산·법인 유지 등
갑작스런 발표에 납득 어려운 행보
협력업체, 낙농가 등 후폭풍 우려
노조, 일방 해고에 집단 행동 예고
basic_2022
1978년 설립된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적자가 수년간 누적됐다는 점에서 작금의 사태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으나 오너의 방만경영에서 비롯된 사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푸르밀의 현금성 자산이 대폭 늘어났고, 직원 해고와 납품 정지 등에 관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누적된 적자…사측 "유시장 축소"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푸르밀 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곤두박질쳤다. 2018년 15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한 후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으로 매년 적자폭이 커졌다. 2016년 영업이익은 50억원이었다. 매출 역시 내려앉았다. 2016년 2736억원에서 지난해 1800억원까지 약 1000억원 감소했다.

푸르밀 측은 사업 종료 배경으로 유시장 축소로 인한 판매 부진을 꼽았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푸르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경영 실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푸르밀은 한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으나, 오너 경영 체제로 돌입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기업이다. 2007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100% 인수, 2009년 '푸르밀'로 새출발했다. 이후 2017년까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순항해왔으나, 2018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사진자료] 푸르밀 신제품 마리아라떼 2종 (1)
푸르밀이 올해 선보인 '마리아라떼' 2종 이미지. /제공=푸르밀
◇돈없다는 푸르밀…현금 자산은 늘었다.
업계에서는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발표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업 종료에 앞서 직원이나 사무실을 정리하는 수순 없이 '사업 종료'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직원 해고에 있어 고용노동법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또한 푸르밀이 법인세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 법인을 그대로 둔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푸르밀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점도 푸르밀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중 하나다. 올해 4월 등록된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1년 45억원으로, 최근 5년간 최고 금액이다. 2018년 38억원에서 2019, 2020년 1억원으로 내려앉은 뒤 갑자기 불어난 것이다. 이는 매년 적자폭을 키우는 회사 재무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있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다. 현 상황같은 고(高)물가, 고환율 사태에서 현금성 자산은 더욱 필수적이다. 큰 거래비용 없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F295_pdr_img_0005_Layer 30
푸르밀 대표 제품 중 하나인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출처=푸르밀
◇노조, 법적 대응·집단 행동 예고
푸르밀 임직원들은 당장 12월부터 길거리로 나앉을 상황에 처했다. 푸르밀은 서울 본사 외에 전북 전주와 대구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세 곳의 직원수는 350여명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낙농가, 화물차 운전기사 등을 합하면 피해를 보는 이들은 더욱 늘어난다.

푸르밀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회사가 폐업에 이르기까지 경영진이보여온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오너 일가에 분노했다. 노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올해 초 30억원의 퇴직금을 챙겼다.

노조는 지난 18일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에서 비롯됐지만 (사측은) 전 직원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 중"이라며 "이는 직원들의 가정을 파탄과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행위"라고 전했다. 이들은 사측에 사업종료 결정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적 대응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