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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 앉으니 절반은 성공했다”, 긴밀했던 남북 간 접촉...7·4 공동성명 단초 마련했다

“우리가 마주 앉으니 절반은 성공했다”, 긴밀했던 남북 간 접촉...7·4 공동성명 단초 마련했다

기사승인 2023. 07. 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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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남북회담문서 공개...7·4 남북공동성명 막전막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서울~평양 오가며 北 비밀접촉
역사적 성명으로 시작된 남북 간 대화...3년만에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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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5월 평양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 주석(오른쪽)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통일부
"나는 오리라 생각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우리가 마주 앉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1972년 7월 4일 오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평양 주암 초대소에서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정전협정 이후 19년만에 마주앉아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한반도가 분단된 뒤 처음으로 통일에 대해 이야기가 오간 '7·4 공동성명'의 서막이었다.

당시 미국과 소련간 패권 경쟁 속 이뤄진 국제적인 화해무드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승만 전 대통령 부터 늘상 북진통일론과 자유의 파도가 되서 평양을 들이치자 주장했던 남측의 행보는 진보세력도 인정하는 결실 중 하나였다.

통일부는 6일 당시 남북간 접촉하는 과정을 보여준 남북대화 사료집을 공개했다. 이번 사료집은 1971년 11월부터 1979년 2월까지 정치 분야 남북회담 문서 총 2권(1678쪽)이 포함됐다.

당시 회담문서에 따르면 1972년 3월, 김일성을 만나기 전에 이 부장은 김일성의 동생이자 정권 2인자인 김영주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회동을 가졌다. 당시 김 부장은 이 부장에게 "총비동지(김일성)과 박 대통령 간 정치협상을 한다면 한반도 긴장이 완화 될 것"이라며 "인민이 협상에 기대를 걸고 조국통일을 빨리하는 의의를 가지게 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 부장은 북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남북 주민들이 양측 간 체제를 이해 한 뒤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이 부장도 "양측이 섣불리 정치협상을 했다가 희망이 큰 실망이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4월,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은 서울을 찾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남북 정상이 분단 이후 처음 나눈 대화였다. 이후 총 11차례 비밀접촉과 서울·평양 교환 방문을 거쳐 박정희 정권의 실세 이 부장의 평양 방문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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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5월 서울에서 박정희 대통령(가운데)을 예방한 북측 일행./제공=통일부
평양 방문 당시 이 부장은 평양 주암 초대소에서 김 부장이 서명한 신변안전각서를 받은 후 김 부장과 1차 회담에서 "남북 간 인위적 장벽을 제거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겠냐"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안 오리라 생각했지요?"라고 물었다.

김 부장은 "나는 오리라 생각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우리가 마주 앉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라고 화답했다. 다만 평양에서 이뤄진 이 부장과 김일성 간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남북 양측은 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회의'를 시작했다. 성명 발표 3개월 만인 1972년 10월의 일이었다. 당시 양측은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의 가설 및 운용절차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설치 장소, 운용시간, 통화자, 시험통화, 고장 수리, 비밀 보장, 유효기간 등 9개항의 내용이 담겼으며, 현재 남북 간 연결된 통신연락선 가동의 뿌리가 됐다.

이 같은 합의서를 통해 1973년 12월부터 1975년 3월 총 10차례에 걸쳐 '남북조절위 부위원장 회의'를 개최했다. 다만 과정에서 북한은 남침용 땅굴을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했다. 이로 인해 화해 분위기는 1975년 3월 회의를 끝으로 와해 됐다.

더 자세한 남북회담문서 공개 목록 및 공개 방법, 열람 절차 등은 남북회담본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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