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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소수자 이야기 계속 그릴 것”

[인터뷰]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소수자 이야기 계속 그릴 것”

기사승인 2024. 02. 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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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제공=미디어캐슬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생각이 들고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에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변화를 이끌어가는데 길이 좁아 돌파구를 여는 건 쉽지 않죠. 영화를 통해 그 문을 열겠다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어요."

지난해 11월 개봉한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난 3일 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이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 117만 명) 이후 처음으로,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톱 2에 올라섰다.

개봉 당시 한국을 방문해 관객들과의 만남을 갖고 싶었으나 준비하고 있던 작품으로 인해 진행할 수 없었다. 5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념적인 순간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 매우 기뻤고, 뜨겁게 환영해 준 관객들에게 감동했다.

'괴물'은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독립영화로 분류돼 상영관 수가 비교적 적었음에도 영화에 대한 호평과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작품의 흥행을 스태프·배우들 덕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냉정하게 지금까지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스태프·배우들이 가장 잘해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사카모토 류지 각본가님의 훌륭한 각본이 있었고, 오디션을 통해 뽑힌 훌륭한 두 소년의 매력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이렇게 '50만 명'이라는 관객이 봐주신 것 같아요."

괴물
'괴물'/제공=NEW
괴물
'괴물'/제공=NEW
일본의 유명 각본가 사카모토 류지가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이번 영화에는 사회적 약자이자 아동 성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다뤘다. 어른들이 모르는 두 소년만의 우정과 사랑이 마음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관객분들이 '굉장히 마음을 울리는 영화였다'라고 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떠한 부분이 그렇게 만들었을까'에 대해서는 솔직히 만든 저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관객 여러분들께 묻고 싶은 마음이 있고,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도 두 주연 배우였던 아이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불'로 시작해 '물'로 끝나는 '괴물'은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가 삽입 돼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부터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만 생각하고 있었단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음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어요. 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밤에 촬영 장소가 있는 마을에 가서 호수를 보았을 때 바로 직감적으로 '이 영화에는 그의 음악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다만, 선생님께서 병상에 계셨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 부탁을 드린다고 해도 '오케이(OK)'를 해 주실지 확신이 없었어요. 만약에 안 된다고 하신다면 '이 영화에는 음악을 쓰지 않겠다'라는 선택지까지도 생각했죠. 엔딩의 '아쿠아'를 쓰는 것은 처음부터 결정해 놓았었습니다. '불'에서 시작해 '물'에서 끝나는 게 각본상에 명확하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허락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해요."

1995년 '환상의 빛'으로 데뷔한 고레에다 감독은 데뷔작으로 베니스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가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브로커' 등의 영화를 제작했다. 특히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리게 됐다. 30년 가까이 영화를 제작하며 수많은 감독들의 롤모델이 됐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있다.

"제가 30년 가까이 계속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오래도록 이 일을 해오고 작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30년 전을 생각했을 때 그때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 이누도 잇신 감독님께서 굉장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계셨고 그분들이 일본 영화를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죠. 그것이 이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한국 영화업계분들과 대화를 해보아도 역시 이와인 슌지 감독님의 존재가 매우 컸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있어요. 저는 그들 덕에 이렇게 왔다고 생각합니다."

고레에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제공=미디어캐슬
고레에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제공=미디어캐슬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 방식은 어느 한쪽의 주장도 아닌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어느 가족' '브로커' '괴물' 등 가족의 개념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다뤄왔다.

그는 "일본에서는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동조 압력이 심했고, 일반적으로 비슷하거나 보통의 가치를 가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했다. 그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마이너리티(소수자)가 많았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생각이 들고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에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에서 변화를 이끌어 가는데 굉장히 길이 좁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에서 살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면서 "돌파구를 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제가 영화로 '그 문을 열겠다'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 영화 속에서 그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등이 출연한 '브로커'를 연출하면서 한국 영화계와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내한 일정에도 송강호·배두나와의 만남을 갖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을 같이 하지 않았지만 영화제에서 인사를 나눴던 분들이 있다. 한예리·김다미 배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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