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한상율 칼럼] 그리스 여행, ‘종묘 정전’을 먼저 보고 떠나라

[한상율 칼럼] 그리스 여행, ‘종묘 정전’을 먼저 보고 떠나라

기사승인 2024. 03. 18. 17:5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테네에 길을 묻다
편 가르기와 선동정치로 망한 아테네 전철 밟지는 말자
한상율 전 국세청장
세계적 건축가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플리츠커상을 수상했고, 세계의 19개 명문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저명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hery, 1929~)가 우리나라 종묘의 정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이런 건축물은 없다. 굳이 비교한다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정도와 견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 아래의 사진과 같이 비교해 보았습니다.


종묘-파르테논00
우리 나라 종묘 정전(왼쪽)과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그랬더니 놀랍게도 2500년 세월의 강을 건너고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이렇게 닮은꼴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눈에 보이는(What is seen) 외관상의 공통점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What is not seen) 내면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런 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단순함', 즉 절제미(節制美, Beauty of Moderation)가 바로 그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건물에 녹아들어 있는 생각, 즉 사상과 철학의 공통점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매사에 지나치지 말라(Know Thyself. Nothing in Excess.)"는 델피의 격언(Maxim of Delphi)이 가르치는 교훈과 조선왕조가 철저히 숭상했던 유교의 가르침 '중용(中庸, Moderation)'이 일맥상통하였던 것입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고대의 아테네와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쌍둥이처럼 닮은꼴입니다. 그런데 자유주의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쌍둥이인 아테네가 군국주의 군사국가 북한과 쌍둥이인 스파르타에 망합니다.

필자가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4년여에 걸쳐 1만5000여 시간 공부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편 가르기와 선동정치에 망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편 가르기와 선동정치로 말미암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망한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이것은 상상 속의 데자뷔(Deja vu)가 아닙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엄연한 교훈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여야 또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부디 그리스를 여행하실 분들은 먼저 종묘 정전을 꼭 보시고 여행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기도해 주십시오. 파르테논이라는 위대한 인류의 문화유산을 만들어 냈던 아테네는 편 가르기와 선동정치 때문에 스파르타에 망했지만, 종묘 정전이라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진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편 가르기와 선동정치를 극복하게 해 달라고.

한상율(전 국세청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