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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관찰 예능’의 명암

[조성준의 와이드엔터] ‘관찰 예능’의 명암

기사승인 2024. 03. 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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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 속 커플들 파경...잘 짜여진 '캐릭터'였을 뿐
화면 캡처 2024-03-25 172639
몇 년전 다둥이를 둔 한 톱스타 가정이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의 주역은 막둥이였다. 갓 걸음마를 뗀 사내아이가 얼마나 순한지 어떤 상황에서도 울음 한 번 터트리지 않아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 사내아이와 다른 자녀들이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에 특별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반복되는 촬영으로 지칠대로 지친 사내아이의 우는 모습이 드라마 홍보팀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절대 울지 않을 것같았던 사내아이의 눈물이 안쓰러우면서도 신기했던 홍보팀은 이들의 특별출연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첨부해 배포했다. 홍보를 목적으로 좀 더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보고자 했던 욕심도 아마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진 배포 사실을 전해들은 '관찰 예능' 제작진은 "사내아이가 우는 모습이 공개되면 큰일난다"며 드라마 홍보팀을 강하게 질타했고, 깜짝 놀란 드라마 홍보팀은 배포한 사진과 보도자료를 황급히 회수했다. 당시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로 치면 사내아이는 '울지 않는 캐릭터'였다"면서 "편집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어렵게 완성한 캐릭터가 사진 한장으로 무너질 경우,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한 조치였다"고 털어놨다.

이 에피소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예능 프로그램 포맷의 주류가 된 '관찰 예능'의 본질 혹은 속살을 잘 드러내는 실제 사례다. '관찰 예능'이 '관찰'이란 설정을 통해 제 아무리 리얼리티를 앞세우더라도, 결국은 잘 짜인 대본과 호감가는 캐릭터에 의존하는 '예능'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설명한다.

그럼에도 꽤 많은 시청자들은 '예능'보다 '관찰'에 방점을 찍고,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관찰 예능'에서 깨가 쏟아질 정도로 단란해 보이던 유명인 부부들이 요즘처럼 연달아 파경 소식을 전할 때면 "사이 좋던 모습은 어디 가고 갑자기 무슨 일이냐. 제작진이 우릴 속였다"며 프로그램 제작진을 성토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곤 한다. 또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언론은 프로그램 제목을 빌려와 "OOOO의 저주'같은 선정적 제목의 기사로 낚시질을 서슴지 않을 때도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 없다.

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법도 하지만, 비판받을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억지에 가까운 설정을 밀어붙이면서도, 애써 실제 상황을 강조하며 때때로 '악마의 편집'을 불사하는 태도는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찰 예능'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으니 받아들이는 자세부터 달리해 보는 건 어떨까. 궁극적으로 '관찰 예능'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지려 하는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예능이란 걸 전제로 하는 게 우선일 듯싶다. 가뜩이나 요즘은 웃자고 만든 예능에 죽자고 달려들기에는 살기 너무 힘든 세상 아닌가. 물론 이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 쯤이면 예능의 트렌드가 바뀌어 또 어떤 종류의 예능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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