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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빗장 풀면 취업문 열려…수천억 미용박람회 개최 가능”

“타투 빗장 풀면 취업문 열려…수천억 미용박람회 개최 가능”

기사승인 2024. 0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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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뷰티 전문가 신정섭·황종열·고도현
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의료인만 가능
30년 전 판례 시대 역행…규제 없애야
직업 인정 안해 국내 떠나는 인재 많아
K뷰티 인기에도 주도권 놓쳐 아쉬움
K뷰티 전문가 인터뷰-3561
(왼쪽부터) 신정섭 K타투이스트협회장과 황종열 K뷰티전문가연합회 이사장, 고도현 스칼프디자인센터 대표원장이 지난 9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거나, 그 직업을 포기할 확률이 크다. 바로 대한민국 반영구·타투 관련 종사자들의 얘기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해 규제하는 국가다. 이 때문에 국내 반영구 화장 및 타투 관련 종사자 대부분은 자신의 직업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30년 동안 그대로 유지돼 온 비의료인의 문신(타투) 시술 불법화로 인해 국제 시장서도 마음껏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9일 서울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반영구 화장·타투 합법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황종열 K뷰티전문가연합회 이사장과 신정섭 K타투이스트협회장, 고도현 스칼프디자인센터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직도 일부에선 이들의 주장을 생떼로, 또 다른 편에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반영구화장 이용자 1700만명, 양지로 끌어올리면 일자리↑
국내 반영구화장 관련 종사자는 약 60만 명, 이용자는 약 1700만 명, 시장 규모는 약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용에 해당하는 문신 시술은 현행법상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만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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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 K타투이스트협회장이 지난 9일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정섭 K타투이스트협회장은 "반영구화장사와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아직 시장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생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반영구 화장과 타투에 대한 규제 빗장을 풀어준다면 젊은이들에 또 하나의 취업 문이 열리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에선 반영구화장사와 타투이스트들이 범법자 취급을 받고 있지만, 해외에선 아티스트로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온도차를 느낀다고 했다. 신 회장은 "한국에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명의로 은행 대출도 어렵고, 단속과 처벌이라는 불안에 늘 떨어야 한다"며 "하지만 외국에선 취업 비자를 내주고 아티스트로서 좋은 대우를 해준다. 자연스레 젊은 반영구화장사와 타투이스트들이 한국을 떠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때 한국의 반영구 화장과 타투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음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탓에 이제는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외국에 뺏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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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열 K뷰티전문가연합회 이사장이 지난 9일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K뷰티'의 성장을 위해선 '반영구 화장·타투 시술'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박상선 기자
황종열 K뷰티전문가연합회 이사장은 "우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반영구 화장과 타투 관련 작품을 노출시킬 수 없다. 실력을 뽐내면 경찰서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예전에는 한국으로 반영구 화장과 타투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반대로 한국의 수강생들이 베트남에 가서 1인당 약 500만 원씩 내고 기술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반영구 화장과 타투 시술이 합법화되면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머신이나 색소 제품 분야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 이사장은 "산업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시술할 때 사용하는 머신과 색소 등을 외국에서 몰래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합법화가 되면 우리의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제품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시장이 합법화가 되면 미용 박람회와 같은 글로벌 행사를 더 크게 개최할 수 있게 되기에, 해외 뷰티 종사자들의 한국 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중국 광저우나 미국 라스베가스의 미용 박람회로 인해 도는 돈만 몇 천억 원 규모다. 우리 역시 큰 규모의 박람회를 충분히 개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각 단체가 쪼개져서 움직이다 보니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 바꼈는데...30년전 판례 적용, 규제 철폐 절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1992년의 대법원 판례가 30년 넘게 유지된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신 회장은 "반영구화장부터 타투에 대한 수요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데, 아직까지 관련 종사자들을 '음지'에서만 일할 수 있게 하는 건 글로벌 흐름과도 맞지 않다. 현실에 맞춰 법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의료계에서 지적하는 비위생적인 시술환경 등은 많이 사라졌다. 수십 년 전 가장 안 좋은 사례들을 가지고 지금까지도 트집 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K뷰티 전문가 인터뷰-3553
고도현 스칼프디자인센터 대표원장이 지난 9일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발언하는 모습./박상선 기자
최근 글로벌 시장서 뜨고 있는 SMP(두피문신) 분야의 경우 한국이 선두 자리를 꿰차기 위해선 반영구 화장·타투 시장이 하루빨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져야 한다고도 얘기했다.

고도현 스칼프디자인센터 원장은 "천천히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슬로 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SMP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정부가 규제의 빗장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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