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규 연합 | 0 |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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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논두렁 시계'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것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언론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깼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이 전 부장이 노컷뉴스(CBSi)와 회사 논설실장 및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우선 "'국가정보원이 '논두렁 시계 의혹'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에 이 전 부장이 관여했다'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 정정보도가 필요하다고 원심이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며 "노컷뉴스 측에서 충분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고, 이 전 부장이 해당 의혹이 허위라는 것에 대한 증명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기사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며 "또 이 전 부장에 대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당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통해서도 해당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해당 기사에 담긴 의혹이 진실이라고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논두렁 시계 의혹은 국정원의 기획에 따라 검찰이 언론에 사건정보를 흘린 것임을 이 전 부장이 시인했다'고 보도한 부분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6월 노컷뉴스는 '이인규 미국 주거지 확인됐다, 소환 불가피'라는 기사를 통해, 이 전 부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기사엔 이 전 부장이 미국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다.
또 같은 달 '이인규는 돌아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이 고가의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이 일었다"며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 검찰이었고, 이는 국정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전 부장이 귀국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같은 해 9월 "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리지 않았고 국정원이 흘리는 데 개입하지도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전 부장이 사건 중요 내용을 알고 있는 '관련자'로만 이해될 뿐, 의혹을 언론에 직접 흘렸다거나 국정원이 의혹을 흘리는데 협력했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이 전 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부장이 국정원 간부로부터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데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