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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7년만에 290억대 엑싯…이민미 브랜드 디렉터

창업 7년만에 290억대 엑싯…이민미 브랜드 디렉터

기사승인 2024. 09. 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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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통해 산업계의 오랜 관성에 맞선 노력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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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미 라카 창업자. /제공=Another Collage
"원래 '컬러'는 모두의 것이었다. 뺨과 입술을 붉게 물들이는 행위는 애초부터 특정 성별에 가둬서 다뤄질 필요가 없었기에, 2018년 5월 '한국 최초의 젠더-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앞세워 등장한 '라카(Laka)'는 시작부터 소란스러웠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모두'를 위한 메이크업 브랜드의 등장은 산업계의 오랜 관성을 흔들었고, 색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소녀 감성', '걸 크러시', '차도녀', '과즙녀' 같은 이미지가 주류인 국내 뷰티 트렌드에서는 낯선 브랜드의 젠더 중립적 기조가 선도적인지 위험한지 분별하고자 했다. '라카'의 소란스러운 시작은 오랫동안 준비한 나의 론칭 전략이었고, 예상대로 공식 SNS에 브랜드 개장을 선언하고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국내 메이저 유통사로부터 입점을 논의하자는 러브콜이 도착했다."

국내 색조 화장품 시장에 '젠더 뉴트럴'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라카'는 라카코스메틱스를 창업한 이민미 브랜드 디렉터가 2018년 5월 론칭한 메이크업 브랜드다. 최근 이 디렉터는 창업 7년 만인 2024년 7월, 자본금 1억5000만 원으로 시작한 라카코스메틱스의 기업가치를 48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보유 지분 전량을 297억원에 매각하며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가로 발자취를 남겼다. 현재는 라카코스메틱스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계획 중이다.

이 디렉터는 광고홍보학을 전공했으며 2009년부터 약 9년간 광고 기획자 및 제작자로 탄탄한 내공을 쌓은 마케터 출신 창업가다. 광고 업계에서의 초기 5년간은 넓은 범주에서의 마케팅 실무 경험을 다졌다. 뷰티, 패션, 잡화, 리빙, 식품 등 다양한 산업계에서 브랜드 생애주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체득했으며, 2014년 광고대행사 '브랜디피티'를 직접 설립, 국내외 유명 뷰티·패션 브랜드들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집행하며 소비재 시장의 저변을 본격적으로 경험했다. 광고대행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4년간은 시장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동시에 경영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획, 재무, 인사관리 등의 역량까지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시간이었다.

서른 살이 된 이 디렉터는 2018년, 한국 최초의 젠더-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인 '라카'를 앞세워 라카코스메틱스를 창업했다. 이후 7년 만인 2024년 7월, 마침내 브랜드 매각에 성공하며 290억원대 자산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는 '라카'의 론칭 당시를 회상하며 "트렌디한 모델들과 감각적인 스타일링, 선도적인 컬러 표현 등 시대적인 메시지를 혁신적으로 담아내는 크리에이티브 기술을 통해 내 브랜드가 등장 즉시 '뜨거운 감자'가 되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의도는 국내외 바이어들의 눈에 띄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시아 뷰티 시장에서 '착한 성분'이나 '친환경', '비건' 같은 메시지는 활발하게 다뤄지고 있었지만 '젠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는 전무했다. 이 디렉터는 "'취향만 있다면 남녀불문 누구나 화장할 수 있다'는 철학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것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주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철학만 근사하다고 소비자가 그 브랜드에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상업적 가치를 조화롭게 장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를 위해 매달린 것이 '품질'이었다. 무장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우수한 제형, 아름다운 컬러, 높은 수준의 패키지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분투했다"고 강조했다.

이 디렉터의 탁월한 브랜드 개발 역량과 전문성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색조 화장품 시장 속에서도 '라카'를 일본에 성공적으로 수출시키며 전례 없는 성과를 이뤄냈다. 2020년 일본 최대 오픈마켓인 큐텐재팬에 입점한 후, 베스트셀러인 '프루티 글램 틴트'는 포인트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판매량과 판매액 모두 1위를 달성하고 11분기 동안 '부동의 1위'에 빛나는 기록을 썼다. 일본의 유명 뷰티 유튜버들과 셀럽, 헤어 전문가, 인플루언서 등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소개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더욱 성장했고, 일본 MZ세대들의 필수 뷰티 앱인 립스(LIPS)에서 실시한 'LIPS 베스트코스메 어워드 2023'에서 2관왕을 수상했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흥행은 일본 메이저급 리테일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2023년부터 3대 멀티숍인 로프트, 플라자, 앳코스메 입점에 성공하며 잠재력을 입증했으며, 2024년 3월에는 명실상부 도쿄 내 최고의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이세탄 신주쿠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개장했다. 한·중·일 뷰티 브랜드 간 각축전이 벌어지는 일본 시장에서 성공에 대해 이 디렉터는 "감도 높은 크리에이티브와 노련한 마케팅 기술도 중요하지만, 품질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그 무엇보다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K-뷰티가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품질이 우선되지 않으면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짝 흥행'을 넘어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들이 소비자 기대치를 충분히 넘어서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완성도 높은 제품들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디렉터는 "브랜드 창업 전 광고대행사에서 커리어를 쌓은 9년간 다양한 산업계의 창업가, 경영가, 분야별 전문가들과 교감할 기회가 많았고, 매 프로젝트 성패의 요인을 도출할 때마다 많은 배움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늘 '브랜드 자력(自力)'을 강조하는 편인데 이러한 관점은 광고대행사에 몸담은 시간 동안 대부분 형성됐다. 마케팅 비용을 끊임없이 투여해야만 숨 쉬는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 스스로 빛을 내고 품질 본연의 힘으로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 시기였다. 그러한 배움들이 향후 '라카'가 성장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의사결정에 큰 힘을 보탰고, 앞으로도 이 관점은 새로운 일을 할 때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이젠 더 다양한 산업계와 브랜드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입을 떼며 "관성에 저항하고, 판도를 바꾸며, 새로운 창작물을 내어놓는 창업가들이 곳곳에 존재하며, 그들은 브랜드 생태계에 매우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를 함께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각 분야 훌륭한 파트너들과도 진정성 있게 교감하는 중이다. 머지않아 새로운 구상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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