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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분기 실적 부진…5대 악재에 발목 잡혔다(종합)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부진…5대 악재에 발목 잡혔다(종합)

기사승인 2024. 10. 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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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오늘 1심 선고<YONHAP NO-457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9조원대를 기록했다. 이에 이례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의 공식적인 사과문도 발표됐다.

실적 부진의 원인에는 결국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6조4510억원에서 3분기 5조원대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발표 설명을 토대로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준 반도체 사업의 5대 악재를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한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전분기(10조4400억원) 대비로는 12.84%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0조7717억원와 비교해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증권사들은 한달 전까지만해도 13조5000억원대로 예상했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실적 발표 시기가 임박해오자 급격히 하향 조정했다.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1 % 증가한 7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분기 사상 최대였던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 전영현 부회장의 반성문…"재도약 계기로 만들겠다"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에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경영진의 사과문이 공개됐다.

전영현 부회장은 경영진을 대표해 고객 ·투자자·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3분기 잠정 실적과 관련 "송구하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며 "엄중한 상황에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영형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오른쪽)가 지난 7월 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적 부진의 원인에는 결국 반도체 사업이 크게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례적인 경영진의 사과문도 전사(全社)를 대표하며, 디바이스경혐(DX)의 수장이기도 한 한종희 부회장이 아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의 수장 전 부회장이 사과문을 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7월 출시된 전략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도 호조였고, 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지만, 반도체 사업에서 여러 요인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은 삼정전자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중요도가 매우 높은 사업이다. 지난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2분기에도 전 영업이익의 62%를 반도체로 벌었다.

증권가는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6조4510억원에서 3분기 5조원대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발표 설명 참고 자료를 보면 3분기 실적 부진에는 반도체 사업의 5대 악재가 있었다.

① 스마트폰·PC 등 세트 수요 부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첫 번째 악재는 세트 수요 부진이다. 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이 '반도체 겨울론'의 원인으로 대표적으로 지목한 부분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스마트폰·PC용 범용 D램의 부진해, 제조사들이 지난해까지 쌓아둔 범용 D램 재고가 소진되지 않아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12∼16주로 증가하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을 밑돈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7.07% 내리며 작년 4월(-19.8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의 가격도 전월보다 11.44% 하락했다.

매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책임졌던 애플의 신작인 아이폰16 시리즈의 성적이 심상치 않은 것도 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애플은 세계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시장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반등하는 데 그쳤다.

1. 삼성전자, 현존 최대 용량 32Gb DDR5 D램 개발
삼성전자 D램 32Gb DDR5./삼성전자
② 중국 메모리의 추격

두 번째 부진 원인은 중국 메모리의 거센 추격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최근 D램 시장까지 밝을 넓히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LPDDR4 등 중저가 범용(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량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CXMT의 중저가 D램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스마트폰과 가전에 대거 탑재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CXMT 생산능력이 지난해 말 기준 월 12만장에서 올해 현재 월 16만장으로 크게 늘었다"며 올해 연말엔 월 20만장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예정대로 CXMT의 생산능력 확장이 이뤄진다면 전체 D램 생산의 15%를 차지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CXMT의 생산 확대로 인해 범용 D램인 DDR4는 이미 공급 과잉"이라고 평했다. 스마트폰과 PC 제조사가 이미 상당한 재고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CXMT의 물량이 쏟아지면 범용 D램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안팍에서는 삼성전자 등 3대 메모리 기업이 중국 업체들보다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CXMT 등의 추격으로 메모리 4강 체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③ 반도체(DS) 부문의 1조원대 일회성 비용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배경으로 반도체(DS) 부문의 일회성 비용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참고자료를 통해 "DS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DS 부문의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1조~1조5000억원 가량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분기에는 내년 초 지급할 초과이익성과급의 비용이 책정됐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DS 부문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11조5000억원으로 설정하고, 달성 시 초과이익성과급 비율을 0∼3%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1~3분기 목표 영업이익을 3조원 이상 넘긴 만큼 초과이익성과급 비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구형 메모리 수요 둔화에 1조5000억원의 일회성 비용까지 발생하며 컨센서스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반도체 (1)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삼성전자
④ 환율 하락에 반도체 수익성 악영향

비우호적인 환율도 3분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반도체 등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통상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 위주 종목의 악재로 이어진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초반대로 지난해 3분기 평균치(1311원)와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올해 2분기 말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최근 3개월 간 원·달러 환율을 살펴보면 지난 7월 1380~1390원대를 유지하다 8월부터 점차 하락세를 보이며 9월에는 1310원대까지 내려갔다. 3분기 원·달러 환율 최고가와 최저가는 각각 1391.5원(7월 19일), 1312원(9월 27일)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 전망 대비 감소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의 가장 큰 변수는 DS 사업부의 일회성 비용과 원·달러 환율 하락"이라고 내다봤다.

⑤ 주요 고객사 HBM 공급지연

마지막 원인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경쟁업체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AI 시장의 '큰 손 고객'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예정대로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한다면 삼성전자는 최신 제품에서도 선두를 놓칠 수 있다.

공급 지연에 따라 HBM 관련 실적에도 악영향이 이어진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HBM의 수요는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5세대인 HBM3E의 공급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원경 사장과 대화<YONHAP NO-4562>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7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 퍼블릭어페어실 사장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심기일전 약속한 삼성전자…4분기 대대적 쇄신·변화 감지

이번 실적 부진으로 올해 4분기와 연말에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쇄신과 변화도 감지된다. 전 부회장이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서 인력과 투자 계획 등 전반적인 연간 단위의 계획에 조정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쇄신과 변화가 감지된다"며 "대규모 구조조부터 투자 계획 리셋,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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