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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과학으로 인생을 논하다...연극 ‘코펜하겐’

[리뷰]과학으로 인생을 논하다...연극 ‘코펜하겐’

기사승인 2016. 07. 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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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공연사진01
연극 ‘코펜하겐’의 한 장면.
불확정성의 원리, 상보성 원리, 슈뢰딩거의 고양이, 우라늄 235와 238, 양자역학….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주인공인 연극 ‘코펜하겐’에서는 이 같은 어려운 대사들이 쏟아진다.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집중하지만 과연 어렵긴 하다. 듣는 관객도 어려울진대, 폭풍처럼 전문적인 대사를 쏟아내야 하는 배우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이 연극이 머리 아프지만은 않다.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철학’을 논하기 위한 소재로 쓰였다. 때문에 의외로 재밌고, 간만에 ‘명품’극을 보는 듯했다.

개막일인 14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 위에는 세 명의 인물이 섰다. 덴마크의 물리학자이자 유대인인 ‘닐스 보어’(남명렬)와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서상원), 그리고 닐스 보어의 아내 ‘마그리트’(이영숙).

칠판과 의자를 제외하고선 별다른 소품과 장치도 없지만 세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무대는 가득 찼다. 특히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남명렬은 절제된 가운데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연극은 한때 동료이자 절친한 사제지간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적국으로 갈라서게 된 이들의 비밀스런 만남에 주목했다.

양자역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탄 닐스 보어와 불확정성의 원리로 역시 노벨물리학상을 탄 하이젠베르그가 핵무기 개발의 정점이었던 시점에 만나 한 얘기는 무엇이었을지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코펜하겐] 공연사진04
연극 ‘코펜하겐’의 한 장면.
이 작품의 초연 때부터 연출을 맡은 윤우영 연출(극단 청맥 대표)은 이번 공연에서 조명, 영상, 음악을 보완했다. 관객이 보다 작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 작품은 매우 ‘연극’적인 연출로, 과학이라는 소재가 주는 지루함에서 탈피할 수 있게끔 때때로 관객을 각성시켰다.

이날 전막 시연이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서상원은 이같이 말했다.

“배우가 전문적인 물리학 세계를 알기는 어렵죠. 양자역학이나 소립자, 양자물리학, 이런 걸 하려니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대본을 모두 읽고 나니 그런 과학적 접근을 할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였으니까요. 30초 후에 제가 어떤 움직임을 할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인생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불확정성의 원리를 말하는) 이 작품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윤 연출 또한 “관객이 공연을 보며 억지로 과학이론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재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진지한 감동과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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