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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부를 최악 상황도 상정 가능, 홍콩 오리무중

피를 부를 최악 상황도 상정 가능, 홍콩 오리무중

기사승인 2019. 09. 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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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력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스탠딩 오더
홍콩 사태가 캐리 람 특구정부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공식으로 밝혔음에도 좀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상황이 더 악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하다. 한마디로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오리무중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홍콩
홍콩대학 의학부의 한 건물에 세워져 있는 쑨원(孫文) 동상. 마스크와 방독면을 낀 채 5개 요구 조건 모두를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학생 시위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제공=홍콩 롄허바오(聯合報).
사실 발표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 못한 람 장관의 결정은 박수를 받을 만한 용단으로 평가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홍콩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6일 전언에 따르면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진선(민진)도 “결정이 너무 늦었다. 내용 역시 너무 적다. 우리에게 사기를 치려는 냄새가 너무 난다”는 요지의 말로 평가절하한 바도 있다. 때문에 민진 측이 자신들이 제시한 5개 요구 조건 중 나머지 4개인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반응이 아닌가 보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시사 평론가 친(秦) 모씨는 “람 장관의 결정은 나름 진정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의 요구 사항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면서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의 분석이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것은 초강경파 시위 주동자인 조슈아 웡(黃)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의 행보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현재 웡 비서장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면서 은인자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일 타이베이(臺北)를 방문했을 때 대만을 비롯한 전 세계의 민주세력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결사항전에 나설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봐야 한다. 그가 “람 장관은 물러가는 것이 나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람 장관의 퇴진까지 대놓고 압박하는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한다.

주변 측근들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그의 향후 시나리오는 치밀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우선 4개 요구 조건 철폐를 위한 시위를 계속하면서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끌고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어 27∼28일 이틀 동안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달려온 민주세력과 연합 시위를 벌일 것이 확실시된다. 10월 1일 국경절 70주년 기념 행사를 거국적으로 치를 예정인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보인다.

현재 중국 당국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촉각은 곤두세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27∼28일까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무력 개입 역시 카드로 손꼽히고 있다. 이 경우 피를 부르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무중이라는 말은 정말 현재 홍콩의 상황을 말해주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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