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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봄, 꽃보다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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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봄, 꽃보다 멸치

김성환 기자 | 기사승인 2020. 03. 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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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여행/ 대변항 멸치털이
기장 대변항 멸치털이 모습. 기장은 전국 멸치 유통량의 약 60%를 담당한다. 3월말부터 6월초까지 봄 멸치가 많이 잡힌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벚꽃은 흐드러지는데 꽃축제는 줄줄이 취소다. 꽃구경 자제하라며 채비를 갖춘 상춘객을 마다하는 지자체가 태반이다. 일상으로 느닷없이 침투한 바이러스가 봄꽃 보는 즐거움마저 앗아가고 있다. 헛헛한 마음 달래줄 대안은? 미식이다. 요즘 봄 멸치가 제철이다. 부산 기장군은 멸치로 이름난 곳이다. 맞다. ‘기장멸치’의 본고장이다. 벚나무는 집안으로 들일 수 없다. 봄 멸치는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싱싱한 제철 산물을 제때 섭취하면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올 봄에는 ‘꽃보다 멸치’다. 들어보시라, 기장멸치 이야기.
 

여행/ 대변항
기장멸치의 중심인 대변항. 연화 ‘친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 한국관광공사 제공


◇ ‘육질 쫀득, 씹는 맛 일품’ 봄 멸치 제철

부산 동쪽 끄트머리, 울산과 인접한 기장은 우리나라 최대 멸치 집산지다. 전국 유통량의 약 60%가 기장을 통한다. 대변항이 중심이다. 대변항 어부와 상인들은 ‘기장 앞바다가 멸치잡이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유통량도 많지만 기장멸치는 맛도 알아준다. 조류가 빠른 것이 이유다.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조류가 세다. 거센 물살을 이겨 내려면 멸치도 힘을 써야 한다. 활동이 왕성하니 살에 탄력이 붙는다. 그렇다고 아주 질기지도 않다. 식감이 알맞게 좋다. 육질은 적당히 쫀득해 씹는 맛이 있고 감칠맛도 살짝 돈다. 기장은 멸치 말고도 미역과 다시마가 유명한데 모두 센 물살이 맛의 비결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지금부터가 멸치가 많이 잡힐 때”라고 했다. 늦으면 6월까지도 잡힌다. 산란기와 겹치는 4월 중순께 맛이 절정에 달한다. 이 때에 맞춰 매년 멸치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잠정 연기된 상태. 축제 때면 멸치를 터는 어부들, 떨어진 멸치를 줍는 여인들의 신성한 노동을 가슴에 새기려고 대변항을 찾는 이들이 많다. 대변항 포구를 따라 미역, 다시마, 천일염에 버무려 만든 젓갈용 멸치 등을 파는 가게들과 식당들이 많다.
 

여행/ 멸치회무침
멸치회무침/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멸치찌개
멸치찌개/ 한국관광공사 제공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그래서 잡자마자 찌고 말려서 반찬이나 국물용으로 사용한다. 대변항을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은 싱싱한 멸치요리를 즉석에서 맛보려는 이들이다. 대변항 일대 음식점에서는 멸치회, 멸치구이, 멸치찌개를 곁들인 멸치쌈밥이 인기다. 멸치회는 미나리, 양파, 상추 등을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낸다. 멸치와 함께 기장의 또 다른 특산물인 미역에 싸먹으면 더 맛있다.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구워 내는 멸치구이도 별미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고 연하니 ‘겉바속촉’의 식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멸치쌈밥은 멸치찌개가 핵심이다. 멸치찌개는 우거지나 시래기와 생멸치를 된장에 함께 넣고 자작하게 끓여서 만든다. 여기서 잠깐, 기장에서 잡히는 멸치는 흔히 볶음용으로 쓰는 소형이 아니다. 길이가 족히 10cm나 되는 ‘대형’이다. 그 자체가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칼슘의 보고’인 멸치가 건강에 좋은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제철 수산물을 제때에 먹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다.

바이러스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조심스럽다면 택배 주문을 할 수 있다. 대변항에서 멸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평소에는 잘 안해주는데, 멸치가 한창 잡히는 시기에는 구이용이나 찌개용, 회무침 등으로 먹을 생멸치를 택배로 배송해 준다”고 했다. 또 “잡힌 멸치를 배에서 바로 얼음을 넣고 밀봉 포장해서 보낸다. 서울에서 주문하면 하루, 이틀 내에 받을 수 있다. 약 1kg이면 두, 세차례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양인데 가격은 약 2만원, 여기에 택배 비용과 얼음 포장 비용 등이 포함되면 1만원 정도 더 붙는다”고 했다. 가을 김장을 대비하는 사람들도 이 맘때 미리 생멸치나 멸치액젓을 주문한단다. 가격은 30kg에 각각 약 9만원, 7만원. 여기에 포장 및 택배 비용이 추가된다. 잡히는 멸치 양에 따라 가격은 변동 될 수 있다.

대변항은 멸치 말고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니, 조오려이(조오련)하고 바다거북이하고 수영시합하머(하면) 누가 이기겠노?” 영화 속 동수(장동건 분)가 어린시절 준석(유오성 분)과 우정을 떠 올리며 담배를 태우던 곳이 대변항 방파제다.
 

여행/ 옛 송정역
1930~40년대 역사 모습을 볼 수 있는 옛 송정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기찻길 트래킹 코스
옛 송정역 인근 기찻길 트레킹 코스/ 한국관광공사 제공


◇ 푸른 바다·울창한 대나무 숲 ‘힐링’

마지막으로 기장 이야기 조금 더 덧붙인다. 나중에라도 여행가게 되면 기억한다. 멸치는 매년 잡히니까 말이다. 기장이라는 지명이 좀 낯설지 모를 일이다. 한동안은 짚불에 구워내는 곰장어나 앞서 얘기한 멸치 정도가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장을 중심으로 한 동부산이 개발 되며 부산의 동쪽 해안 일대가 새로운 여행의 목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해운대해변에서 그 유명한 달맞이고개를 넘어 송정해변을 지나면 기장이다. 송정해변에서 대변항을 지나 일광해변까지 드라이브를 하며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제법 많다.

기장으로 진입하기 전에 만나는 송정해변은 백사장이 예쁘다. 오래된 간이역도 있다. 송정해변 한쪽으로 기찻길이 지난다. 인근에 1930년대에 지어진 옛 송정역이 있다. 동해남부선 복선화전철사업이 추진되며 옛 송정역이 폐역이 됐다. 지금은 시민갤러리로 운영 중인데 1930~1940년대 역사 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폐구간이 된 기찻길을 걸을 수도 있다. 송정역에서 해운대 미포까지 4.8km 구간이 기찻길 트레킹 코스로 개방됐다.
 

여행/ 해동용궁사
해안에 위치한 해동용궁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해동용궁사
해동용궁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기장읍의 해동용궁사는 예전부터 기장에서 좀 알려진 관광지다. 산중 사찰이 아닌 해안에 자리잡은 수상법당인 점이 특징이다.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1376년 창건했다고 전한다. 산 속 절집의 고즈넉함이나 곰삭은 시간의 무게에서 비롯된 경건함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사찰이 들어 앉은 위치 하나는 기가막히다. 해안 바위 위에 앉은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이국적이다.

기장읍의 죽성마을도 사진촬영 명소로 입소문 타는 곳이다. 죽성마을 방파제 들머리 해안에 ‘드림성당’이 있다. 실제 성당이 아니라 주진모, 손담비가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드라마 ‘드림’(2009) 촬영을 위해 인공으로 만든 세트장이다. 바위 위에 지어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촬영하면 잘 나온다. 죽성마을 방파제는 강태공들 차지다. 요즘 숭어가 잘 잡힌단다. 죽성마을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일광해변이다. 사위가 한갓져서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다.
 

여행/ 죽성드림성당
기장 죽성드림성당/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아홉산숲
아홉산숲 대나무 숲/ 한국광광공사 제공


일광해변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철마면 아홉산숲 역시 최근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숲은 남평 문씨 일족이 약 400년 전부터 조성한 사유림인데 면적이 무려 52만㎡에 달한다. 숲이 유명한 이유는 멋진 대나무 숲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대나무 숲이 등장하는 장면이라면 으례히 대나무로 이름난 전남 담양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도 많다.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2015)에서 주인공 ‘천만덕’이 다친 호랑이와 마주하는 극적인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협녀, 칼의 기억’(2015)에서는 이곳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화려한 검술이 펼쳐진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이곳에서 주인공이 복수의 칼을 연마한다.

아홉산숲은 대나무 숲 말고도 편백나무, 삼나무, 은행나무 등의 울창하다. 또 수령 100~300년 되는 금강송도 눈길을 끈다.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에는 우리나라 산림청이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도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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