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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이번엔 美 국적 언론인까지 체포·구금

미얀마 군부, 이번엔 美 국적 언론인까지 체포·구금

기사승인 2021. 05. 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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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군부에 의해 갑작스레 체포된 미국 국적의 언론인 대니 펜스터. 그는 프론티어 미얀마의 에디터로 일해 왔다./사진=프론티어 미얀마 캡쳐
미얀마 군부가 또 다시 언론 탄압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11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날 군부는 미국 국적의 언론인을 체포해 구금했다. 쿠데타에 강력한 규탄 목소리를 내던 미국과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양곤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하려던 미국 국적의 대니 펜스터(37)가 군부에 의해 갑자기 체포돼 구금됐다. 그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기반을 둔 매체 ‘프론티어 미얀마’의 편집장이다. 프론티어 미얀마 측은 “그가 구금된 이유를 알 수 없고 연락조차 할 수 없다”며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며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프론티어 미얀마는 펜스터가 양곤 근처의 인세인 교도소에 갇힌 것으로 보고 있다. 반(反)체제 인사들을 수감하는 이곳은 미얀마에서 ‘지옥의 구멍’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 높다. 동생인 브라이언 펜스터는 CNN에 “여론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군부가 이끄는 나라의 공항에서 벌어진 일은 그가 언론인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추측밖에 못 하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대니 펜스터는 유효한 근로 서류와 비자 여권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출국도 가족을 방문하기 위한 자진 출국이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 시민이 버마(미얀마)에 구금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해외 주재 미국 시민을 보호할 책임을 엄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세부 사항은 더 이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얀마에서 외국 국적 언론인이 체포·구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얀마 군부는 앞서 미국 시민권자인 네이선 마웅을 체포해 인세인 교도소에 구금했다. 폴란드 국적의 프리랜서 사진기자 로버트 보시아가와 일본 프리랜서 기자 기타즈미 유키도 체포·구금됐다가 가까스로 석방돼 추방 당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자국 내 매체들의 출판·방송 허가를 취소하고 언론인들을 체포하는 등 강도 높은 탄압에 나섰다. 미얀마 내 상황을 감시하고 있는 단체인 아세안 리포팅에 의하면 쿠데타 이후 총 85명의 언론인이 체포·구금됐고 이 가운데 48명은 현재까지도 인세인 수용소 등에 갇혀 있다. 이 언론인들은 두려움을 유발하거나 거짓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군부가 개정한 형법 505a조에 따라 범죄로 기소된다.

다만 펜스터가 범죄 혐의로 기소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태국외신기자클럽(FCCT)는 펜스터 체포 이후 성명을 내고 “언론인 체포 및 미얀마군이 그들의 행동을 보도하거나 기록하려다 적발된 사람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터무니없는 공격으로 널리 비난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로위 연구소의 허브 레마이우는 AFP를 통해 “미국 시민이자 존경받는 언론인을 체포는 (쿠데타 군정이라는) ‘뉴노멀’의 신호”라며 “군부는 이번 사건이 지역 내 언론인들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 누구도 그들의 손아귀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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