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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드디어 달리는 베트남 첫 지상철 직접 타보니

[르포] 드디어 달리는 베트남 첫 지상철 직접 타보니

기사승인 2021. 11. 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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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지상철 운행’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이 승강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드디어 베트남에도 지상철이 생겼다. 수도 하노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베트남도 서울, 도쿄나 유럽같은 현대국가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7일 가족들과 함께 지상철을 타기 위해 하노이 깟링역을 찾은 훙(41)씨는 무척 들떠있었다. 그는 지상철이 첫 운행을 시작한 전날 기자와 같은 열차를 탔고 7일에도 또 마주쳤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는 그는 시발역인 깟링에서 종점인 하동 옌 응이어 역까지 전철 나들이를 즐길 것이라고 했다.

10년이 넘도록 완성이 안돼 ‘네버엔딩’, ‘중국의 배만 불리는 빚덩이 공사’라 불렸던 베트남 하노이의 지상철이 마침내 지난 6일 운행을 시작했다. 하노이의 중심부인 깟링에서 출발해 외곽 하동까지 이어지는 해당 노선은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차관을 도입해 지난 2014년 완공을 목표로 2011년 착공했다. 중국에서 차관이 대거 도입됐고 중국 업체가 설계부터 부품·소재조달, 공사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방식으로 맡은 이 프로젝트는 무려 12번의 연기를 거듭했다. 지난달 말 운행조차 시작하지 못한 해당 프로젝트가 한화로 1조원이 넘는 차관 때문에 매년 수백억원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당국은 남은 공정을 서둘러 마무리한 후 6일 운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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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완성되지 않아 논란이 됐던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첫 지상철이 6일 첫 운행을 시작했다. 15일간 무료로 운행되는 지상철을 체험하고 있는 하노이 시민들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깟링-하동구간을 가로지르는 지상철인 2A 노선은 첫 6개월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운행한다. 배차 간격은 약 10~15분이다. 하노이시 당국은 운행 첫 15일간 “승객들이 새로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행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하노이메트로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열차는 총 4량으로 약 1000명에 가까운 승객들을 태울 수 있다. 시발역인 깟링역에서부터 종점인 하동 옌 응이어역까지 13㎞에 달하는 구간을 20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달린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은 역사 내 창구나 티켓 자동 판매기를 통해 이용카드를 구입한 후 개찰구에 카드를 태그한 후 전철에 탑승할 수 있다. 무료 운행 기간 동안에는 역사 직원들이 개찰구 앞이나 창구에서 카드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무료 운행이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2A 노선의 요금은 7000동(350원)에서 시작한다. 기본운임 이외에 1㎞당 600동(30원)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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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운행을 시작한 하노이의 첫 지상철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주말을 끼고 운행을 시작한 6~7일에는 ‘베트남의 첫 지상철’을 타보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친구·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이들은 역사 내에서 지상철 카드나 역사 곳곳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하노이 시내를 가로지르는 열차 안에서도 시민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 풍경에 환호성을 내뱉고 동영상 촬영 삼매경에 빠졌다. 대학생인 프엉 타오(21)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전철을 베트남에서 타다니 무척 벅차다”고 했다.

지상철이란 새로운 대중교통 도입에 대한 기대는 엇갈렸다. 프엉 타오씨는 “오토바이로 등교할 때와 달리 뜨거운 햇빛도, 매연도 없고 훨씬 쾌적하고 빠르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인 번(32)씨는 “역에서 회사까지 3㎞ 정도인데 가을·겨울엔 그나마 걸을만한 날씨지만 인도가 좋지 않아 걷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역에 내려서 다시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번거롭고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했다. 본지 기자가 이틀간 지상철을 타며 만난 시민들 중 대다수는 실제 효용과 편의성에 대해선 “당분간은 오토바이 문화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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