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 기시다 日총리 예방...윤석열 대통령 한일관계 개선의지 전달(종합)

전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서는 강제징용 문제 조기 해결 인식 공유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제공=외교부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예방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박 장관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20분 가량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징용 관련 자산현금화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기해결을 해야 하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고령이라는 점이 가장 시급하고, 현금화를 실현할 경우 한일관계에 미칠 여러 영향을 감안해서 속도감을 갖고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조기해결 원칙에 일본 측도 공감한 만큼 양국이 외교당국을 중심으로 상호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총리 예방 후 도쿄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에게 전한 윤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기시다 총리와 여러 차례 조우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이번 외교부 장관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개선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별세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일본 국민에게 위로와 애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도에 대해 각별한 사의를 표명했으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좋은 대화를 했고 이런 대화가 앞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양국 정상회담 일정은 확정된 것은 없지만 "기시다 총리에게 두 정상이 편리한 시기에 다시 만나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한 좋은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도 만나 한·일관계 개선방안을 협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장관과 누카가 회장은 일제시대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소송과 관련해 일본기업 자산이 현금화(매각)되기 전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박 장관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조문소가 마련된 자민당 당사를 방문해 조문한 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과 만났다.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를 예방한 후에는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만났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예방을 위해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총리관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전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의 수출규제 철폐 요구, 민관협의회 진행 상황 설명 등에 대해 일본 측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번 방일 결과가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그동안 정말 가까운 이웃임에도 양자 외교수장 간 소통이 끊어지다시피 했는데, (소통이) 재개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운용 정상화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 등 중요 현안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짚어나가며 공감한 것을 대외적으로 밝힌 점도 의미가 있다"며 양국 외교당국 중심으로 교류를 이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제공=외교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성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양국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인 강제동원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자산매각을 막을 구체적 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만큼 이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양국 관계가 그대로 얼어붙을 가능성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