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를 도박한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1년 ‘최악’ 성적표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시티'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로이터 연합

세계 최초로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지정해 화제를 모았던 중미 엘살바도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손실액에 신음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 하락에 발목을 잡힌 엘살바도르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뒷걸음질을 치기 바쁘다.

엘살바도르는 암호 화폐 가치 하락 속에 고용 및 투자가 활성화하지 못한 채 경제 성장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고 아메리카 에코노미아 등 중남미 경제매체들이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7일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해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비트코인 자체가 워낙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데 있다. 하이 리스크를 안고 있어 여기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 1년 전 비트코인 가격은 4만7000달러(약 6500만원)나 됐지만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1만9230달러(26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비트코인은 미래"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살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를 공개했는데 1년간 추이를 보면 10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사이 국가 경제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 등 일각의 집계에서는 최소 57% 손해를 입어 그 손실액만 6136만달러(약 850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국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로서는 상당한 국고 손실로 다가온다.

그런데도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하락한 비트코인을 두고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여 국민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당연히 엘살바도르 경제는 악화하고 있다. 유엔 중남미경제위원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엘살바도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3.8%에서 4월 3.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2.5%로 재조정됐다. 이는 파나마(7%), 과테말라(4%), 온두라스(3.8%), 코스타리카(3.3%), 니카라과(3%) 등 역내 중미 국가 중 가장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