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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50주년’ 베트남 찾은 블링컨, 관계 강화 모색

‘미군 철수 50주년’ 베트남 찾은 블링컨, 관계 강화 모색

기사승인 2023. 04. 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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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찾은 블링컨, 고위지도부 만나 "파트너십 향상시킬 상서로운 시기"
美, 올해 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희망
중국·인권문제 등 걸림돌도
VIETNAM-US-DIPLOMACY <YONHAP NO-2065> (AFP)
15일 베트남을 찾은 토니 블링컨 美 국무장관(왼쪽)이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오른쪽)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제공=AFP·연합
베트남전에 뛰어 들었던 미국의 마지막 병력이 철수한지 50주년이던 지난달 2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간의 전화 회담이 이뤄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쫑 서기장이 양국 고위급의 상호 초청 방문 요청하고 수락한지 열흘 후 미 의회 대표단이 베트남을 찾았고 뒤이어 14~16일 토니 블링컨 美 국무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과의 관계 격상을 도모하고 있는 미국의 열렬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 '오랜 적' 양국 관계 "비범한 진전…파트너십 향상시킬 상서로운 시기"
14일 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15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부이 타인 썬 베트남 외교장관 등 고위급 지도부들을 잇따라 만났다. 그는 하노이에 약 12억 달러(1조 5684억원) 규모로 새로 짓는 미국 대사관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한지 50주년, 1995년 외교 관계가 복원된 지 약 27주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강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을 동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국가로 인식하고 베트남과 중국과의 전통적인 경쟁을 통해 이 지역에서 중국 견제·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과 쫑 서기장·찐 총리는 올해 포괄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맞이하는 양국 관계가 긍정적인 결과를 거뒀으며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베트남과 미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는 3단계 수준으로, 미국은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를 2단계 수준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자 한다.

고위급 지도부 면담을 마친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베트남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맺은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관계 중 하나"라며 "지난 20여년 간 비범한 진전을 보였고 우리는 이 관계가 더욱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관계 격상에 대한 합의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그는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VIETNAM-USA/BLINKEN <YONHAP NO-2661> (via REUTERS)
15일 토니 블링컨 장관(왼쪽)이 베트남 하노이 공산당 중앙당사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제공=로이터·연합
◇ 바이든 대통령-쫑 서기장, 서로 찾을까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고위급 상호 방문'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현재로선 쫑 서기장이 포괄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인 오는 7월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주로 거론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16일 아시아투데이에 "블링컨 장관은 쫑 서기장과의 면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쫑 서기장의 미국 방문 초청을 재차 강조했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베트남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무장관의 방문이 대통령의 공식 방문 이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5월 호주에서 열리는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지도자 회의 참석 전 베트남을 방문할 수도 있단 조심스러운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쫑 서기장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외적인 '국가원수'는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이고 공식적인 정부 간 협정에서는 찐 총리가 베트남을 대표하게 되지만 지난달 29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회담을 한 상대는 쫑 서기장이다. '공산당 서기장'인 그의 카운터 파트너가 미국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그 특별한 입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7월, 당시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도 워싱턴에서 쫑 서기장을 맞이했다. 베트남의 대외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쫑 서기장이라 보고 있는 셈이다.

Vietnam US Blinken <YONHAP NO-2305> (AP)
15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중인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 대사관 신축 기공식에 참석했다./제공=AP·연합
◇ 중국·인권문제…관계격상 걸림돌?
미국이 베트남에 열렬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빠지지 않고 걸림돌로 거론되는 것이 중국과 인권문제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맞설 수 있는 연합을 동남아에 구축하고자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안보 상의 이유는 물론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거대한 투자자인 중국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안보와 정치·경제·외교 등 다방면으로 최우선 과제인 국가다.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균형 잡기'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안보 전문가 데릭 그로스먼도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불필요하게 적대시할 필요가 없고, 베트남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공개적으로 편입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미국과의 관계 격상이 베트남-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양국 관계 격상이 '군사 동맹'이 아닌 정치·외교적인 파트너십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크게 반발하거나 간섭할 명분은 적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베트남과 최고수준의 관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반면, 미국은 관계를 격상 하더라도 그보다 한단계 밑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그친다.

인권 문제 역시 걸림돌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 직전 베트남은 정부를 비판한 시민운동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고 미 국무부는 즉시 "인권 침해 실태를 개선해야 양국의 파트너십이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베트남이 자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들을 추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해당 추방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면서도 "회담에서 베트남은 러시아의 침략에 의해 위협받는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다만 베트남 정부공보를 비롯한 현지매체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군수물자 판매 확대·강화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도 주요 공급처인 러시아서 벗어나 공급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해안경비대 선박이나 훈련용 항공기 정도에 국한됐던 미국의 대(對)베트남 군수물자 공급이 확대될 경우 미 정부와 방산업체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 양국의 정치·군사적 관계도 강화와 중국 견제 효과도 톡톡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권문제가 걸림돌이다. 베트남의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를 이유로 美 의회 차원에서 베트남에 대한 무기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만큼 양국 관계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걸림돌들이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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