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환율 하락에 울상 짓는 멕시코인들… 美 국경도시선 “차라리 페소화 달라”

환율 하락에 울상 짓는 멕시코인들… 美 국경도시선 “차라리 페소화 달라”

기사승인 2024. 04. 16. 10:3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최근 5년간 달러 대비 가치 상승한 '슈퍼 페소화'로 입지 굳혀
20240416_044926
멕시코 페소화와 달러. /이미지 출처=정치경제연구기관 옵세르바토리오델수르
멕시코에서 달러-페소 환율 하락에 울상을 짓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국 화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동 분쟁 확전 우려, 미 금리인하 지연설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이날 멕시코 페소-달러 환율은 16.56페소로 개장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는 직전 거래일 대비 0.47% 상승(환율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이 개장 환율을 조사한 주요 15개국 화폐 중 멕시코 페소화는 가치 상승폭에서 으뜸을 달렸다. 반대로 원화(-0.62%)는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진 화폐였다.

멕시코 페소화는 '슈퍼 페소화'로 불린다. 지난 5년간 미국 달러에 대한 가치가 가장 상승한 신흥국 화폐로 입지를 굳히면서 얻은 애칭이다. 멕시코의 경제전문지 엘에코노미스타에 따르면 2019~2023년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의 가치는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칠레 페소화(-39%), 브라질 헤알(-33%), 콜롬비아 페소화(-22%), 페루 솔(-13%) 등 중남미 주요국의 가치는 줄줄이 하락했다.

멕시코 페소화가 강세를 보이는 건 달러가 꾸준하고 넉넉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는 외국인직접투자(FDI)로 360억58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는 2022년 284억1600만 달러보다 27%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돌풍이 불면서 멕시코엔 투자가 몰리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 취업한 노동자가 자국으로 보낸 송금도 멕시코의 안정적인 외환 수급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3년 멕시코가 수령한 송금액은 633억13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송금은 자동차수출(1889억 달러)에 이어 멕시코의 2위 외환유입 채널이었다. 농산물(518억 달러) 등 기타 부문 수출은 모두 송금수령액에 뒤졌다.

달러가 넉넉하게 유입되면서 페소-달러 환율이 꾸준한 하강 곡선을 그리자 그동안 달러로 소득을 올리던 사람은 울상을 짓고 있고 있다. 멕시코 최북단 국경도시 티후아나의 임대인들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기업도 다수 진출해 있는 티후아나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멕시코의 물가 탓에 미국에 직장을 잡고 출퇴근하는 미국인도 다수 살고 있다. 외국인 임차수요가 많아 티후아나에선 달러로 월세계약을 맺는 게 흔한 일이지만, 일간 SDR에 따르면 최근엔 페소화로 월세를 받겠다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지난해 18페소를 웃돌던 환율이 16페소대로 떨어지면서 달러로 월세를 받으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임대인이 늘었다"며 "이런 추세는 올해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으로부터 송금을 받는 멕시코 국민도 페소-달러 환율 하락이 반가울 리 없다. 동일한 금액을 수령해도 환율이 내리는 바람에 손에 쥐는 페소화는 갈수록 적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으로부터 송금을 받아 생계를 꾸리거나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는 멕시코 가구는 약 490만에 달한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2월 멕시코가 수령한 해외송금은 54억9600만 달러로 1995년 집계를 시작한 후 2월 기록으론 역대 최고였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이코노미스트는 "2월 기준으로 달러에 대한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는 1년 전보다 9% 상승(환율 하락)했다"며 "환율 하락으로 인한 달러의 구매력 저하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멕시코 노동자들이 송금액을 늘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