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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적 대타협’이 허무는 경쟁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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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적 대타협’이 허무는 경쟁 질서

기사승인 2019. 02. 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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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심의실장
인터넷 포털 다음의 창업자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벤처 1세대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작심 비판’이 항간의 화제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한편으로는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차량공유서비스나 원격의료를 우리만 못할 까닭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한편 택시기사와 의사들의 반발을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혁신을 하겠다는 이해관계자와 이를 저지하겠다는 이해관계자를 모아놓고 어떤 대타협을 기다리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했던 ‘사회적 대타협’ 방안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다가 더는 참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런 사회적 대타협 추진은 ‘수십만 명의 택시기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천만명의 택시 이용자들’이라는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무책임한 ‘공무원의 편익 추진’이라고 공격했다.

정부가 말로만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정말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혁신성장의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이 대표의 이런 강력한 비판을 ‘몸에 좋은 쓴 약’으로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사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익집단들이 있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이런 혁신들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지, 또 다른 나라엔 없는 ‘사회적 대타협’이란 절차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게 아닌지 검토해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시장에서의 경쟁과정을 ‘발견과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즉,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여기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자들이 내놓고 소비자들의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좋아하는지 등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이란 사실 기존의 생산자들이 합의해줄 때만 신제품이나 새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시장의 경쟁 질서를 정면으로 위협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부흥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독일 질서자유주의는 이런 ‘경쟁 질서’의 보호를 가장 중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의 경쟁 질서를 보호하라는 취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지금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지배구조 등의 문제에만 관심을 보일 뿐 안타깝게도 이처럼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을 다양한 실험들이 자신의 책임 아래 시도될 수 있는 경제가 그렇지 못한 경제보다 번영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이란 넘을 수 없는 관문을 통과해야 이런 실험이 가능하게 만든다면, 이는 얼핏 기존의 사업자도 다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가 ‘상생’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했겠지만 실은 사회구성원들이 높은 차원의 협력이 아니라 그 반대를 한다고 봐야한다.

독일의 질서자유주의가 가지는 매력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한 경쟁의 규칙이 확립되기 때문에, 시장의 참여자들이 이런 규칙에 비추어 정부가 취할 정책을 미리 잘 파악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들은 ‘떼’를 써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발상을 잘 하지 않는다. 반면 ‘경쟁 규칙’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에 매달릴수록 이해관계자들이 ‘떼’를 써야 할 이유는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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