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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약가 산정 속 제약업계 딜레마

[취재뒷담화] 약가 산정 속 제약업계 딜레마

기사승인 2020. 0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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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증명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금액의 가격은 해당 제품을 만든 기업에서 결정하는데요. 기업은 제품을 제작할 때 들어가는 원가·인건비 등과 마진을 고려해 최종 가격을 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제약사들은 신약을 직접 개발하거나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을 만든 이후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 평가위원회에서 급여·비급여를 결정한 이후 약가협상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과 제약업계의 입장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심평원 측은 약가가 높아지면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 제약사들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협상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줄다리기가 이어집니다.

문제는 의약품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할 때 발생합니다. 해외에서 가격을 협상할 때도 국내 판매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어려워서입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한 이후에 국내로 들여오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동일한 효능을 가진 의약품이 이미 국내에 판매되고 있다면 해당 제품의 가격이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3000원에 판매를 하던 의약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려고 해도 동일 효능 제품이 1000원에 팔리고 있다면 1000원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결국 해외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이도 쉽지 않습니다. 동아에스티가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시벡스트로’의 경우 국내에서는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일각에선 해외에서의 가치 하락 우려가 있어서 국내 진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를 3대 신산업으로 선정했음에도 이 같은 제약이 있는 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아이러니컬한 점은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약가 인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약사는 식약처로부터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점도 있지만, 이들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약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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