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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하소연 하는 은행들

[취재후일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하소연 하는 은행들

기사승인 2023. 11. 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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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은행을 향한 낙인찍기가 또 시작된 걸까요?"

최근 은행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에 대한 은행 관계자들의 하소연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에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뒤 열린 국민들이 참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갑질' '독과점' 등으로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화들짝 놀란 은행권은 지난 3일부터 상생금융 추가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은 곳도 금주 중에는 새로운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많이 익숙한 모습입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통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이에 은행권은 3년간 10조원을 공급하기로 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상생금융 이행상황 등을 점검하며 지원을 독려하기도 했죠.

은행권이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비용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을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발언은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은행 입장에선 억울할 만합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제로금리 정책으로 유동성을 확대했고 이에 따라 저금리 대출도 늘었습니다. 코로나 위기를 넘기는 데 은행들의 자금 공급도 큰 역할을 한 셈이죠. 그러나 엔데믹 시대에 들어서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자 미 연준(Fed)과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며 긴축에 들어갔습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의 이자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인 셈이죠.

더욱이 은행 이익을 환원하라는 정부의 상생금융 강화 요구와 위기에 대응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라는 요구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했습니다. 은행별 대손충당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수준이 유럽과 미국에 비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보탰습니다.

고금리 시기 취약차주와 한계기업들의 증가로 인해 은행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도 커지는 만큼, 대응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은행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갑질'·'독과점' 등 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건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은행이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판에 박힌 지원방안을 내놓는 게 아니라, 차별화된 상생금융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장(場)을 우리 정부가 만들어 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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